며칠 후면 대학교 4학년 마지막 학기가 시작된다. 경제학과 수업을 들으며 공부를 했던 지난 날들을 떠올려본다. 맨큐의 경제학으로 경제학원론을 시작해서, 기초통계학, 수리통계학, 미시, 거시, 국제, 계량, 화폐, 자본시장이론, 산업조직론, 재정학, 시계열분석, 회귀분석, 경제학사, 노동패널분석 등 다양하고 흥미로운 과목을 수강했다.
경제학을 아직 깊이 공부하지 않았을 적에는 경제학이 도대체 뭔 쓸모가 있나 싶은 의문 때문에 공부가 쉽게 진전되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왕규호 김영산 저 『미시경제학』에서의 "미시경제학은 한계로 시작해서 한계를 느끼고 한계에서 끝난다"라는 말처럼, 나는 맨큐의 경제학 초반부터 등장하는 난해한 경제학 용어를 이기지 못해서 경제학과 3학년 1학기가 될 때까지 교과서를 제대로 끝내본 적이 없었다.
내가 맨 처음 공부한 경제학책, 맨큐의 경제학
경제학을 어떻게 공부해야 할까? 요즘 나 자신에게 가장 많이 묻는 질문이다. 꽤 늦었지만, 요즘 한국은행 필기준비를 하면서 경제학 공부를 어떻게 해야하는지 조금씩 나만의 해답을 찾고 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 계속 경제 공부를 해나갈 나 자신과 혹시 나와 비슷한 방황을 하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싶어서, 깨달음을 얻을 때마다 합격 전 수기(?)를 적어보기로 한다. 별로 신빙성은 없을지라도 합격하기 전 수험생의 고뇌와 마음 상태를 디테일하고 생생하게 잘 담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나의 시행착오와 깨달음
첫째, 교과서 정독과 문제풀이의 비율에 대한 것이다. 경제학 공부는 약간 수학이랑 비슷해서 교과서를 외우는 것보다는 문제를 엄청나게 많이 푸는 것이 중요하다. 개념이 문제에 어떻게 적용되는지 알지 못한 채 교과서만 보면 휘발성이 강해서 교과서를 2회독 하든 3회독 하든 내용을 바로 까먹기 때문이다. 또한 문제를 풀고 해설을 보면서 교과서에 미처 서술되지 못한 개념의 행간을 간파하며 개념을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고, 애초에 필기는 목적이 문제를 빠르고 정확하게 푸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교과서 회독을 소홀히 하면 지식의 체계가 안 잡혀서 문제를 풀어도 푸는 느낌이 안 들 때도 있는 것 같다. 교과서 읽기와 문제풀이를 3:7 정도의 비율로 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 사실을 알더라도 실천은 참 어렵다는 것이다. 공무원이나 다른 고시 공부를 할 때도 그런지 모르겠지만, 화폐경제학처럼 교과서를 읽을 때 함께 풀 괜찮은 문제가 아예 없는 경우도 있고, 계량경제학이나 미시경제학처럼 문제가 있어도 답지가 없거나 난이도가 더럽게 어려워서 오히려 지치고 좌절하게 만드는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독을 하고 나서 막상 문제를 풀려고 하면 정말 문제를 풀기 싫은 기분(?) 같은 게 엄청나게 들기도 한다. (내 생각에 그 이유는 문제를 푸는 아웃풋 과정은 에너지를 많이 소모하기 때문인 것 같다. 교과서를 읽는 나와 문제를 푸는 나를 따로 구분할 수 있으면 좋으려만). 그런데 합격수기를 보면 무슨 1회독부터 김진욱이나 황종휴 강사님의 문제집을 푸는데, 실제로 이렇게 따라하려다가 진도가 엄청나게 더뎌져서 지치고 합격수기를 의심(?)하며 방황했던 것이 7개월(1월부터 7월까지) 정도 되는 거 같다. 그 결과 그 동안 읽은 정김 저 거시경제학, 김박 저 거시경제학, 힐그리피스 저 계량경제학, 울드릿지 저 계량경제학, 김창진 시계열노트, 정김저 화폐금융론을 읽었는데 읽기만 엄청 열심히 읽고 문제는 거의 안 풀어서인지(대략 9:1로 공부했던 것 같다.) 거의 휘발됐다... 잃어버린 7개월...ㅠㅠ
둘째, 문제풀이 방법에 대한 것이다. 합격수기들을 보면 표현의 방식에서는 조금씩 차이가 나지만 대개 이렇게 말한다. "문제를 풀다가 잘 안 풀리더라도 답지를 최대한 안 보려 했다." 이것은 수능공부를 할 때도 들었던 말일 텐데, 합격수기에서는 여기다가 말을 보탠다. "하지만 무조건 답지를 안 보려 하기보다는 정 안 풀리면 답지를 참고하고, 답지의 풀이방식을 그대로 따라 써보는 등 최대한 익히려고 노력했다. 다만, 두 번째 세 번째 풀 때는 스스로 고민하여 풀었다. 이런 식으로 문제를 보면 문제풀이 방법이 바로 떠오를 때까지 반복해서 풀었다."
그런데 막상 실제로 경제학 책의 문제를 풀어보면 답지를 보고 싶은 유혹에 쉽게 빠진다. 고작 한 문제를 푸는 데 30분~1시간이 걸리는 연습문제들을 하루에 5~6개씩 붙잡고 있으면 에너지가 딸려서 후딱 답지 보고 헤치우고 싶기도 하고, 막상 유혹을 꾹꾹 참고 나중에 답지를 봤는데 답지의 해설이 틀리거나 애초에 문제가 틀린 경우를 경험을 하다보면 '내가 아니라 문제가 틀릴 수도 있잖아?'라는 새로운 유혹이 생기기도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제를 풀 때 적어도 이 같은 유혹들이 독사처럼 우글거린다는 사실을 인지한다면 덜 방황하고 문제풀이 방법을 터득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셋째, 읽기에 대한 것이다. 나는 궁금했다. 도대체 읽는다는 것이 무엇일까? 어떻게 읽어야 기억에 잘 남고 문제를 잘 풀 수 있는 걸까? 이 답을 찾기 위해서 두 권의 책을 읽었다.
넷째, 서브노트에 대한 것이다.
복습 방법
1. 쟁점정리(이해의 정도를 1로 만든 후 공부 끝내기)
2. 목차 복습 (아침 공부 시작 전 목차종이와 백지를 꺼내서 전날 혹은 최근에 공부했던 단원들의 내용을 최대한 논리적으로 써보기)
3.논술과 보고서(보고서 선택과 이해의 깊이)